아름다운동행

마지막을 생각하며, 스위스 조력자살.

살래꼭 l 척색본
2023.11.16 20:58 | 조회 5.4k

요즘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을 보며, 내 생각은 6년전에 멈춰있는데, 내 얼굴을 보니 언제 이렇게 나이가 들어 흰머리와 흰수염이 났지? 문득문득 왜이리 늙었지? 이제 현실을 다시 마주합니다.

처음 희귀암 진단을 받은 건 2018년 5월입니다. 대소변 신경을 일부 잘라내는 큰 수술도 했고, 재발이 되었을 때, 그리고 여기 저기로 전이 되었을 때, 너무 두렵고 무섭고 원망스럽고, 불안하고, 세상이 무너졌습니다. 한창일 때, 모든 게 그 자리에 멈추고 지독한 암과 동행한지 벌써 6년이 되었네요.

수술 1년이 안되서 재발 된 걸 확인 하고, 6개월 뒤 또다시 수술하고, 직장을 그만 두고, 제대로 죽음을 생각해 봤습니다. 이불 속에서 아내 몰래 유튜브로 안락사를 찾아 봤습니다. 그리고 스위스 조력자살이란 걸 그 때 알게되었습니다.

그리고 아내에게 조심스럽게 이 얘기를 꺼냈습니다. 아내가 바로 대답했습니다. "나도 찾아 봤어.. 나중에 혼자 되면.."

우리는 아이가 없습니다. 아이를 가질려고 하는 참에 암에 걸렸고, 수술이 잘 되었다고 해서, 아이를 갖을 희망을 갖을려고 했을 때, 다시 그 꿈을 접었습니다. 혹시나 해서, 정자도 얼려놓았었습니다. 3년이 지나 작년에 얼려놓은 정자를 폐기를 할 건지 연장을 할 건지 전화가 왔습니다. 3년이 벌써 지났네... 폐기해주세요..

아이가 없는 아내가 늙어서 혼자 될 까 걱정이 되었습니다. 아내에게 미안하다 문자를 보냈습니다. 고생시켜서 미안하다... 무뚝뚝한 아내가 한참 있다 답문을 합니다. "지금 함께 있어서 행복합니다.".

에이 조금 더 힘내자.

갑자기 스위스에서 눈을 감을 생각하니, 가족들이 생각납니다. 내가 죽고 싶을 때 죽을 수 있다는 생각이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떨칠 수 있게 해주었는데,

마지막 순간에 가족들 체온을 느끼며, 인사를 나누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눈을 감아야 하는데.. 갑자기 다시 두려워 졌습니다. 그건 절대 안될 거 같습니다.

아. 결국 나는 한국을 떠날 수 없구나...

우리나라도 조력자살을 어서 빨리 긍정적으로 받아 들이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을 사랑하는 사람들 품에서 웃으면서 편안하게 죽을 수 있게 한다면, 그보다 큰 이해와 배려가 어딨을까요.

Na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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