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그동안 우리아빠에게 찾아온 암을 이겨내보려고 이 카페에 종종 들어와 정보도 얻고 했었어요
그럼에도 23년도 3월~24년도 1월 23일까지 1년이 안 되는 투병시간을 가지고 아빠는 하늘나라로 떠났네요
저희는 비교적 짧은 투병기간에도 참 다양한 일들을 겪었어요
그 일들을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너무 길어서 결론을 몇 가지 적어두도록 할게요.
1. 23년도 3월 암 진단
-많이 피곤해하고 영 맥을 못 차리고 특히 당 수치가 이상하게 높아 근처 응급실로 향했다가 강남세브란스로 전원을 했습니다. 세브란스 응급실로 들어가서 조직검사 및 다양한 검사를 마치고 육종성 신장암으로 진단받았어요.
-10cm가 넘어 전이가 없지만 수술은 불가하고 항암을 하기로 하였습니다.
2. 항암 시작
-입원 상태에서 항암을 시작했습니다. 유전자검사를 했는데 맞는 약이 거의 없어 '토리셀'이라는 최근에는 잘 쓰지 않는다는 약물을 쓰게 되었습니다.
-1차 항암 후 당 수치가 오르고 구토감이 심한 부작용을 겪었으나 가장 큰 부작용은 신장수치가 투석해야할 정도로 떨어진 것이었어요.
의사는 항암을 바로 중단하자했고 투석하며 항암 가능할 정도로 몸 상태를 올리라고 했습니다.
3. 4월 방사선 시작
-여전히 입원상태에서 의사는 어차피 현재는 수술도 항암도 어려우니 방사선을 해보자고 제안했습니다. 암을 줄이는 데에는 도움이 안 되지만 통증을 줄여보자고 했어요.
-12회 방사선 후 암 통증은 깨끗이 사라졌습니다. 모든 진통제를 곧 끊었으나 컨디션이나 식욕은 올라오지 않았어요.
4. 5월 초 퇴원
-3월~4월 두 달간 입원하며 한 것이라고는 방사선이 전부였습니다. 5월 초에 퇴원을 했고 집에서 요양 및 세브란스로 투석을 다녔습니다.
-5월 말쯤에는 대상포진에 걸렸어요. 예방접종을 했음에도 대상포진을 피해갈 수 없었네요.. 바로 투석실에 이야기해서 항바이러스제?를 처방받아 복용했으나 통증은 계속해서 심해졌습니다.
5. 6월 입원
-항암을 시작해보자는 말에 입원을 했습니다. 금요일 입원해서 월요일 항암을 시작할 것이라고 했어요. 그런데 월요일이 되자 면담을 하자고 불렀습니다.
-면담 내용: 토리셀 항암제를 투석하며 쓰는 사례는 전 세계에 3사례이며 모두 1년 안에 사망, 항암하지 말고 남은 여명을 집에서 조금 잘 보내는 것이 어떨지
-면담 내용은 수긍이 갔습니다. 물론 항암을 하자고 불러서 입원을 시켜놓고.. 항암 당일에 불러서 이야기하는 건 정말로 이해가 되지 않았어요.
6. 두번째 퇴원
-결국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그냥 입원했다가 퇴원했습니다. 그런데 대상포진으로 입원 중 '뉴론틴'을 처방받아 복용했고 퇴원 즈음에는 호전이 되어 약을 끊었습니다. (약사는 점진적으로 끊으라고 하였고 의사, 간호사는 바로 끊으라고 복약지시)
퇴원 날 식당에서 식사를 하자며 들어가는데 갑자기 무릎이 꿇어지며 넘어졌습니다. 그 날 집에 오기까지 한 순간도 일어서지 못 했어요... 저희 남편이 아빠를 안고 업어 겨우 집까지 왔고 바로 휠체어 주문했습니다. 약사친구에게 물어보니 뉴론틴은 일반인도 점진적으로 끊어야한다는군요. 아무것도 모르는 우리, 우리아빠는 식당에서 무릎을 바닥에 쿵쿵 찧어가며 집에 왔습니다
7. 8월 서울대병원으로 전원
-집도 멀고 너무나 직접적이고 강압적인 의사의 말투, 행동에 눌려 힘들었던 우리 가족은 서울대병원으로 전원을 결심했습니다.
8. 9월 재조직검사
-아무리 봐도 신장암이 아니라 육종암 같다며 조직검사를 하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진단명은 신장암에서 육종암으로 변경되었습니다.
9. 10월 수술의뢰
-전이가 없으니 수술로 사이즈를 줄여 항암할 것을 제안 받았어요. 방사선을 미리 한 터라 유착이 심할 것 같지만 가능은 하다며 11월에 수술을 잡았습니다.
-한편 통증이 다시 시작되었고 염증수치, 피수치 등등은 매일 날뛰었어요.
10. 11월 수술
-수술을 하려 개복을 했으나 방사선으로 인해 유착이 너무 심하여 수술에 실패하고 바로 닫았습니다.
11. 퇴원 후 집에서 생활
-개복만 한 수술 후 퇴원하여 집에서 생활하였어요. 그러다 12월 말이 되자 전혀 소화가 되지 않고 토하기 시작했습니다. 초록색 액체가 나왔다고 했어요.
12. 12월 재수술
-12월 말 갔던 외래에서 아무것도 못 먹고 초록색 액체가 나온지 2-3일 되었다고 하니 바로 응급실로 보내졌습니다. 응급실에서 이래저래 검사를 하다가 결핵이 의심이 되니, 무엇이 의심이 되니 하며 며칠을 버렸어요. (금식 채로..) 결국 결핵도 아니었고 1월 1일 빨간 날, 주말을 모두 보내고나서야 수술을 했습니다. (암의 증식으로 인해 소화기관이 막힘)
위에서 소장으로 바로 연결되는 수술이었어요.
13. 1월 수술 회복 중 담즙관
-수술 회복 중 담즙이 내려가지 않아서 황달이 왔어요. 결국 담즙관을 밖으로 달게 되었습니다.
14. 1월 21일 간성혼수
-간성혼수가 왔어요.
담즙관과는 상관 없이말기암으로 인해 간기능이 약화 + 금식 + 마약성진통제와 다양한 약들 다수 복용 = 간성혼수
-간성혼수가 왔을 때 관장으로 의식을 깨울 수 있다고 했지만 하지 않았어요. 너무 고생한 우리 아빠 더 고생시키고 싶지 않았고 아빠도 매일같이 불러 난 연명치료 하지 않는다, 안락사가 가능하면 꼭 해달라, 이제그만 가고싶다 이야기를 했거든요
15. 1월 23일 하늘나라
-그리고 이틀 뒤 우리아빠 하늘나라에 갔습니다.
정말 기네요
긴만큼 가족들도 아빠도 정말 고생 많이 했습니다.
정보 공유의 목적도 있지만 그냥 일년동안 얼마나 많은 일이 있었나 정리도 해보고 싶었어요.
컴퓨터로 작성하는 거라 핸드폰으로 보시는 분들 가독성이 떨어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경험 상 조금이라도 비슷한 증상이 있으면, 상황이 있으면 어떻게든 정보를 얻는 것이 도움이 되더라구요.
이렇게 적어도 되는 공간인지 모르겠지만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며 올립니다.
결론적으로
1. 서울의 큰 병원이라도 수술 가능 여부는 달라집니다. 항암은 몰라도 수술은 병원마다 실력차이가 분명 존재하니 꼭 여러 병원 다녀보세요.
2. 방사선을 하면 수술을 못 해요. 꼭! 방사선 전에 다른 병원도 다녀보세요.
3. 몸 상태가 좋지 않으면 간단한 수술에도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4. 먹지 않고 진통제 및 약물을 계속 쓰는 건 정말 위험합니다.
5. 대상포진 약은 점진적으로 끊으세요. 꼭! 그 날 생각하면 너무 끔찍합니다.
6. 투석하시는 분들은 투석병원에 증상 상세히 공유해서 급한 처방 및 처치 받으세요. 투석병원에서 약만 잘 처방해주어도 생활이 좀 낫습니다.
7. 언제 무엇 때문에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요. 꼭 유언이나 마지막 하고싶은 말을 미리 들어두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