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담에 속삭이는 햇발
김영랑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
풀 아래 웃음 짓는 샘물같이
내 마음 고요히 고운 봄 길 위에
오늘 하루 하늘을 우러르고 싶다
새악시 볼에 떠 오는 부끄럼같이
시의 가슴 살포시 젖는 물결같이
보드레한 에메랄드 얇게 흐르는
실비단 하늘을 바라보고 싶다
덕수궁의 삼경을 꼽으라고 하면 석어당의 살구나무꽃피는 풍경이 으뜸이요 정관헌 옆뜰의 진달래 피는 풍경이 버금이며 무더운 여름날 석조전앞 배롱나무 꽃 피는 풍경을 세번째로 꼽을 수 있을것입니다. 물론 순전히 제 생각이니 어디가서 덕수궁 삼경이 이렇다더라 말 옮기지는 마시고 그저 참고만 하세요.
어제 양화진공원에서 진달래 핀 것을 봤기에 석어당 살구나무는 아직 이겠지만 진달래는 폈을거라 생각하여 찾아갔습니다. 예상대로 이곳 저곳 진달래가 활짝 피었습니다. 바람이 차서 옷을 여미면서도 진달래 꽃을 보고 있자니 “봄이구나 봄” 탄성이 절로 나옵니다. 진달래의 연분홍색을 보면서 아내가 한마디 합니다. 아주 촌스러우면서도 지극히 세련된 색이라고 말입니다.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어쩌면 ‘새악시 볼에 떠 오르는 부끄럼 같은 색’ 이 아닐까 싶었고 더불어 검이불루 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侈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은) 색이 바로 진달래의 연분홍색이 아닐까 생각해봤습니다.
바야흐로 봄이 되니 시나브로 꽃이 피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오늘까지 확인한 봄꽃들은 산수유, 매화, 홍매, 개나리, 진달래, 미선나무꽃 그리고 햇살 좋은 곳에는 목련이 피기 시작했습니다. 부디 올해는 봄꽃들이 한꺼번에 피지 않고 순서를 잘 지켜 피고 져서 여유롭게 감상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며 덕수궁에서 만나 봄꽃들 전해드립니다. 오늘도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