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중남미 문화원-제인 케이언의 ‘그렇게 못할 수도’

미카엘2015ㅣ설본
2024.03.21 16:54 | 조회 121

지난 주말에 아내와 중남미 문화원에 다녀왔습니다. 그곳은 삼십 대 젊은 시절 어느 가을에 처음 방문하였고 막내딸 대학입시 마친 겨울에 들렀고 이번이 세 번째이고 봄에 오는 건 처음입니다. 문 열자마자 들어가니 아흔 넘으신 주인 할머니가 반갑게 인사하시면서 저희를 맞아 주십니다. 그런데 대뜸 하시는 말씀이 목련이 활짝 필 때 오지 왜 벌써 왔느냐며 안타까워하십니다. 그 말뜻을 한 바퀴 돌고 나서야 알 수 있었습니다. 이곳에는 유난히 목련나무가 많이 심어져 있더군요. 아직 어린 봉오리 상태이지만 목련나무가 오래되고 커서 목련이 피면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만큼 장관이겠구나 싶습니다. 서울보다 한주 늦게 핀다고 하니 목련꽃 보러 다시 와야겠다 마음을 먹었습니다.

같은 장소에서 십여 년 전 이십여 년 전 찍은 사진을 찾아서 보니 세월의 무상함이 깊고 짠하게 느껴집니다. 십 년 후 이십 년 후에도 과연 같은 장소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을까 생각해 보니 그렇지 못할 수도 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백혈병으로 48세의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한 미국의 계관 시인인 제인 케이언의 시 ‘그렇게 못할 수도’를 떠올렸습니다.

건강한 다리로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렇게 못할 수도 있었다.

시리얼과 달콤한 우유와

흠 없이 잘 익은 복숭아를 먹었다.

그렇게 못할 수도 있었다.

개를 데리고 언덕 위 자작나무 숲으로 갔다.

오전 내내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오후에는 사랑하는 이와 함께 누웠다.

그렇게 못할 수도 있었다.

우리는 은촛대가 놓인 식탁에서

함께 저녁을 먹었다.

그렇게 못할 수도 있었다.

벽에 그림이 걸린 방에서 잠을 자고

오늘 같은 내일을 기약했다.

그러나 나는 안다, 어느 날인가는

그렇게 못하게 되리라는 걸

중남미 문화원에 목련꽃이 그득할 때 그리고 내가 그렇게 할 수 있을 때 예쁜 사진 찍어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기대하시고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Naver
목록으로

댓글

1
로그인 하고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