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오월 예찬-피천득

미카엘2015ㅣ설본
2024.05.02 15:03 | 조회 143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 한 살 청신한 얼굴이다.

하얀 손가락에 끼어 있는 비취가락지다.

오월은 앵두와 어린 딸기의 달이요,

오월은 모란의 달이다.

그러나 오월은 무엇보다도 신록의 달이다.

전나무의 바늘잎도 연한 살결같이 보드랍다.

연한 녹색은 나날이 번져 가고 있다.

어느덧 짙어지고 말 것이다.

머문 듯 가는 것이 세월인 것을

유월이 되면 '원숙한 여인'같이 녹음이 우거지리라.

그리고 태양은 정열을 퍼붓기 시작할 것이다.

밝고 맑고 순결한 오월은 지금 가고 있다.

-피천득 오월 예찬中에서

오월에 피천득 옹의 오월 예찬을 읽지 않고 지나가는 것은 오월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하여 다시 찾아 꺼내 읽어봤습니다. 첫 구절부터 캬!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그리고 스물 한 살 때 나를 떠올려봅니다. 그런데 스물 한 살 청신한 얼굴의 나를 떠올리는데 가물가물 떠오르지는 않습니다. 심지어 내가 청신한 때가 있었나 의심이 들기도 합니다. 그러고 보니 스물 한 해를 벌써 두 번이나 보냈으니 그럴 만도 하겠구나 싶습니다.

화덕피자 맛집이 있다고 하여 아내와 공덕역으로 걸음을 했는데 입이 얼마나 고급이 된 겐지 우리 입에는 그닥 맛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아쉬운 마음을 산책으로 달랠 겸 백주년 기념교회로 하여 양화진 공원을 거쳐 양화대교를 걸어서 넘어 선유도 공원까지 한달음에 내쳐 걸었습니다. 오월의 바람이 어찌나 청신하던지 피천득 옹의 말처럼 찬물로 세수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제껏 살아온 날들을 돌아보니 ‘머문 듯 가는 것’이 세월이고 내 삶이었음을 절실하게 깨닫게 됩니다. 그래도 가는 것보다 머뭄에 무게를 얹으면 나의 삶이 그리 나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 남은 삶 역시 머물 듯 말듯 감질나겠지만 그래서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 다짐을 하게 됩니다.

양화진 공원에서 행사를 했는지 평소에 보지 못했던 고급스러운 꽃들을 여럿 봤습니다. 특히 푸른색 장미는 당연히 조화려니 생각해서 만져봤는데 생화더군요 참 신기했습니다. 병꽃 나무와 때죽나무가 활짝 폈고 섬마을 선생님의 노래 가사에 나오는 해당화가 고운 자태를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이래저래 오월은 참 좋은 계절임에 분명합니다. 지금 내가 보내고 있는 인생의 계절만큼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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