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호스피스 들어왔어요

아버지의선물
2024.07.12 01:22 | 조회 2.4k

작년 4월경 아버지는 맹장 부근에서 암을 발견했고 대장 일부를 절제 했어요

하지만 이 암이 결국 복막 전이가 발견되어 4기암 판정받고 항암을 진행했습니다.

그래도 그럭저럭 10여차 이상의 항암을 잘 견뎌내셨는데 올초부터 급격히 체력이 받쳐주지 않고

항암제 들어가면 음식도 거의 못먹는 상태가 되면서 항암을 멈추게 되었어요

그렇게 기약없이 집에서 요양식으로 간간히 영양제와 진통제에 의존하며 (미량의 식사와 함께) 나름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어떤면에서 하루하루는 이렇게 함께 하는게 행복한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모든 죽음과 이별이 슬프지만 갑작스런 죽음이 아닌 조금씩 준비하고 이별을 마주하며 온전한 정신으로 이야기도 나누는 소중한 시간이었던것 같아요.

하지만 점점 복수도 차고 통증 주기는 깊어지며 식사는 더 못드시고 그로인한 변비에 온몸의 근육은 다빠져서 이제 서있기도 휘청합니다.

어느날은 밤새 통증때문에 아침에도 눈 꼭감고 인상 지프리며 숨만 쉬는 듯한 모습에 혹시 이대로 돌아가실까? 오늘일까? 내일일까? 불안한 하루를 보냈습니다.

이런 표현이 뭔지 모르겠지만 일하거나 혼자 있다가 문득문득 심장이 벌컥 하면서 지금 이순간 아버지께 무슨일이 있는건 아닐까? 하며 새벽이고 낮이고 저에게 불안 증세가 오고 계속 핸드폰을 보게 되더군요.

그후 몇일 지나서 결국 통증호소에 응급실을 갔고 이전에 예약해 두었던 호스피스에 왔습니다.

구급차를 불러 이동을 하는데 어머니는 눈감은 아버지 얼굴을 쓰담쓰담 하며 쓸쓸히 흐느끼셨습니다.

호스피스 병동이라는게 치료하러 가는곳이 아닌 통증 완화와 임종을 준비하는 장소임을 잘 알기에 나와 우리가족이 할만큼 했나? 이런치료 저런치료 안받아봤는데 다시 받으면 안될까? 이게 최선인가? 뭘 놓쳤나? 온갖 생각이 들더군요.

입원 수속을 하고 낮에 다시 출근하기전 본가에 차를 가지러 왔습니다.

항상 계시던 아버지 침상이 보이는데 순간 "아~ 이제 여기서 못보는건가?", "아버지는 수십년 살던 이집에 못올줄 모르고 병원 가셨구나" 하는 생각에 멍하니 침대를 저도 쓰다듬다가 나왔습니다.

많은 분들이 저와 같은 어려움, 아픔, 또는 더한 일들도 격고 계실텐데요

인생에 대해서, 가족에 대해서 많이 느끼게 되는 요즘입니다.

아버지 간병하면서 제 아들이 나중에 내가 아프면 이런 감정을 느끼겠네 싶어서 요즘 무척 건강해 지려고 스스로 운동이나 식단등에 많은 관심을 쏟고 있습니다.

호스피스에 얼마나 계실지 모르겠지만... 만일 시간이 지나 나에게 다시 아버님과의 4주를(또는 그이상) 허락하면 무엇을 해보고 싶을까를 생각해봤습니다. 옆에 있어드리고 손잡아주고 사랑한다 이야기 해주려 합니다.

어쩌면 평생 그리워할 오늘부터 임종까지의 시간을 잘 사용하고 후회 없이 잘 이별해야 할것 같습니다.

이곳에 병환중에 계신 모든 가족들 모든 부모님들 진심으로 쾌유를 기도합니다.

Na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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