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내가 스물네 시간만 살 수 있다면
만약 내가 스물네 시간만 살 수 있다면
나는 텔레비전을 보지는 않을 거야.
컴퓨터 앞에 앉아 있지도 않을 거야.
밀리는 차 속에서 몇 시간씩 죽치고 있지도 않을 거야.
의견이 다른 사람과 싸우지도 않을 거야.
쇼핑을 가지도 않을 거야.
돈 많이 버는 법을 궁리하지도 않을 거야.
거실의 소파에 앉아 졸지도 않을 거야.
만약 내가 스물네 시간만 살 수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아름다운 곳으로 여행을 떠나겠어.
싸우고 헤어진 사람들과 화해하겠어.
옥수수 익어가는 들판에 맨몸으로 누워보겠어.
나를 쫓아낸 직장 상사를 용서하겠어.
모르는 사람의 결혼식에 참석해 축하해 주겠어.
행려병자를 등에 업고 병원 응급실까지 달려가겠어.
그러고도 시간이 남는다면,
나를 만드시고 회수해가시는 그분께
죄 많은 몸이지만 받아달라고 기도하겠어.
이 시는 이문재 시인이 엮은 ‘당신의 그림자 안에서 빛나게 하소서’에 실린 작자 미상의 시입니다. 시인은 '24시간만 살 수 있다면' 라는 전제로 시를 쓰고 있지만 너무 짧은 것 같으니 일 년 정도로 연장해서 생각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하루를 사는 만큼 절박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나름 꽤 쓸모 있고 보람차게 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만약 일 년만을 살 수 있다면 무작정 공항으로 달려가서
제일 빨리 출발하는 비행기를 타고 떠나겠습니다.
처음 보는 사람들과 눈을 맞추고 인사를 건네겠습니다.
어떤 음식을 먹든 천천히 오래 씹으며 그 맛을 음미하겠습니다.
멋진 풍경에 감탄하며 지으신 분께 ‘엄지척’ 경의를 표하겠습니다.
마지막 날은 목욕탕에서 뽀드득 소리 나도록 몸을 씻고
“빌려주신 몸 잘 쓰고 돌려드리오니 부디 내치지 말고 받아주옵소서”
벌거벗은 몸으로 엎드려 간절하게 기도를 하겠습니다.
PS. 오랜만에 선유도에 들러 사진을 찍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팽나무와 자작나무는 변함없이 늠름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고 전에는 없었던 ‘사랑해’라는 낙서가 분홍색으로 큼지막하게 적혀 있었습니다. 그 낙서를 보며 나도 ‘사랑해’ 따라 했습니다. 이 글을 읽으신 분들 역시 ‘사랑해’라고 따라 하셨죠? 고맙습니다. ‘사랑해’라고 해주셔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