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아빠, 영원히 안녕

백설기l방보
2024.09.15 00:53 | 조회 2.7k

벌써 어제네요.

아빠와 이별했습니다.

이미 늦은 시간이어서

장례는 다가오는 아침부터네요.

아빠를 차가운 안치실에 맡기고

집에 와서 씻고 앉았습니다.

작년 설날에는 방광암 1기 진단

그해 추석에 전이 소견

올해 설날에 다시 4기 소견

항암 항암 항암

작년까지는 소일거리도 하시고

방광암이 순하니 생활에 불편함 없다고

씩씩하게 엄마랑 산책과 식이에

신경을 쓰셨어요.

4기 이후로 소일거리도 관두시고

항암에 집중하시면서

멘탈도 몸도 눈에 띄게 안 좋아지시더니

마지막 비급여 항암이 지난 주 수요일이니

딱 열흘만에 소천하신 셈입니다.

1년 8개월,

암이라 무섭긴 하지만

근근히 삶을 이어나가리라 여겼던 바램은

매번 우리를 배신했고

갖가지 안 좋은 부작용은

매일 밤을 두렵게 했네요.

결국은 항암이 지속되면서

간이 만신창이가 되고

뼈전이는 24시간 몰핀으로 감당이 안 되더니

결국은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촛불이 꺼져가듯 서서히

눈을 감고 편히 주무시듯 떠나셨습니다.

엄마 무쇠 고집으로

감사히도 죽지 않고 집에는 한 번 다녀오셨고

또한 제 고집으로

이번 주 항암은 관두게 하고

마지막 날들을 호스피스에서

몰핀으로 관리 받으시며

일가친척 친구 만나고

오늘은 손주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었어요.

항암 또는 완화치료 여부는

온전히 환자와 보호자에게 맡겨지더군요.

항암 열흘만에 가실 체력이었다면

하지 않았을텐데…다 부질없네요.

뭔가를 결정하는게 너무 어려웠고

살리고자 하는 엄마와

현실을 인정하는 제가 첨예하게 대립하며

힘들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진짜 많이들 해주셨던 말,

정답은 없고 늘 선택에 대한 후회가 있을뿐이다.

많은 글들이 지침이 되었고

조언들이 힘이 되었습니다.

저희는 졌지만 다들 승리하시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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