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서울숲의 꽃무릇

미카엘2015ㅣ설본
2024.09.24 13:42 | 조회 321

꽃무릇

이잠

지나갈 테면 빨리 지나가라 했지요 한참이

지난 뒤에도 그 자리에서 꿈쩍 않네요

머무를 테면 머물러 봐라 했지요 마음은

지천으로 흘러흘러 붉게 물들이대요

내가 그대에게 갈 수 없고

그대가 나에게 갈 수 없어도

꽃은 피었습니다

천지에 그대라 눈에 밟힙니다

오늘 큰 기대 없이 서울숲에 들렀다가 은행나무숲 입구에 핀 꽃무릇을 보고 어찌나 반갑던지 서울에서는 꽃무릎을 보기 위해 길상사에 들리곤 했는데 뜻밖에 꽃무릇을 볼 수 있어 너무 행복했습니다. 꽃무릇을 봤으니 아는 척을 안 할 수가 없어 몇 자 적습니다.

식물들 중에는 상사화(相思花)라고 불리는 꽃이 있습니다. 이파리가 시들어서 져야만이 꽃이 피기 때문에, 잎과 꽃이 서로 만나지 못하므로, 그 꽃과 잎이 서로 그리워한다는 뜻에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상사화로 불리는 꽃은 두 종류가 있습니다. 연분홍에 여리여리한 느낌이 드는 상사화는 봄에 잎이 나왔다가 잎이 진 후 8월에 분홍색 꽃을 피우고 꽃무릇은 9월 하순부터 10월 중순까지 붉은색 꽃이 피고, 10월 중순 꽃이 진 후에 잎이 나와 겨울에 푸른 잎을 간직하고 월동한 후 5월경 고온이 되면 잎이 없어진다고 합니다. 이것 말고도 꽃무릎에 관해 할 말이 많지만 여기까지만 ^^*

꽃무릇을 보며 시인은 ‘천지에 그대라 눈에 밟힙니다’.라고 하는데 문득 ‘아름답고 고운 것 보면 그대 생각납니다.’라고 시작하는 김용택 시인의 '내 사랑은'이라는 시가 떠오릅니다.

지금 나는 빈 들판

노란 산국 곁을 지나며

당신 생각합니다

빈 들판을 가득 채운 당신

이게 진정 사랑이라면

당신은 내 사랑입니다

꽃무릇을 보며 '천지에 그대라 눈에 밟힌다'고 하는 시인이나 산국화를 보며 '빈 들판을 가득 채운 당신'이라고 읊고 있는 시인이나 피장파장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운 좋게 가을의 시작과 함께 꽃무릇을 봤으니 날 잡아 길상사에 들러 노란 산국도 보고 붉은 꽃무릇도 보고 와야겠습니다. 가을입니다. 뭘 해도 좋은 가을입니다. 오늘도 좋은 날 되세요

Naver
목록으로

댓글

0
로그인 하고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