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온다고 기별이 왔네요
난 무엇을 해야 하죠
준비 없는 만남은 안 되잖아요
갈색 옷으로 바꿔 입고
머리도 갈색 펌을 넣어야지요
정갈하게 매무새를
고치고 국화향 립스틱에
코스모스 머플러를 두르고
가을을 맞이해야죠
어서 오세요
들국화 해바라기 핀 들녘에
앉아 기다릴게요
가을 어디쯤인가요
갈 향기 예보에 웃음 짓고
그 길가에 앉아 있습니다.
정복자 시인의 <문 열었어요>
오늘 아침 서둘러 출근 준비를 하는 저를 보고 아내가 어딜 들렀다 가려는지 궁금해합니다. 오랜만에 현충원에 가려 한다고 하니 요즘 꽃도 없는데 사진 찍을 게 있을까? 묻습니다. 그러게 말이야 맞장구를 치면서 저는 속으로 일 년 중 꽃이 없는 날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심지어 한 겨울에도 눈꽃이 피니 당연히 가면 뭐라도 찍을 게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현충원에는 석 달 열흘 무려 백일동안 붉은빛이 지지 않는다는 배롱나무뿐 아니라 그에 못지 않은 무궁화와 메꽃 그리고 꽃댕강나무와 손톱만 한 크기의 앙증맞은 닭의장풀이 저를 반겨 맞아줍니다. 꽃뿐 아니라 노랗게 익어가는 나뭇잎의 모습도 저의 눈을 사로잡습니다. 특히 한 나뭇가지에서 나온 나뭇잎 색깔이 다른 것을 보며 한배에서 나온 자식들도 각자 개성이 다르듯 나뭇잎도 저렇게 색이 다르구나 싶어 우리 집 세 아이를 떠올리며 쿡 웃음이 비져 나왔습니다.
시인은 '가을이 온다고 기별이 왔다'라고 하는데 저는 이미 오래전에 기별을 받았었습니다. 비록 늦게 오고 또 오래 머물지 않는다고 하지만 온 것만으로도, 머물러 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 감사한 일입니다. 오늘도 소중한 가을을 만끽하시며 행복하게 지내시기를 소망하며 현충원 사진 보내드리오니 즐겁게 감상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