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면 뭔가 이유없는 친밀감은 느껴지지만 누군지는 알 수 없는 사람으로 인식하는 걸까요. "엄마"라고 부르며 말을 걸고 손잡아 드리면 엄마는 웃으며 "편히 앉아 있어요" 라고 하세요. 머릿속에서 뭔가 링크가 끊어져 있어요.
간호사 선생님과의 매일 똑같은 문답.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000."
"여기가 어디에요?"
"ㅇㅇ역." (*틀린 대답임)
"제가 누구예요?"
"누구냐니 무슨 소리야. ..서비스직?"
"지금이 낮이에요, 밤이에요?"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낮이에요." (*밤임)
뭐 어처구니없게 이 두 가지가 같이 오냐고. 강아지랑 고양이도 아니고 치매랑 암이 같이 온다고? 그런 신파 드라마가 어디 있냐고. 근데 그게 우리 엄마야? 이게 내 현실이에요. 그러네요.
치매인지 섬망인지, 협진한 정신과에서는 이렇게 단기간에 나타나고 속도가 빠른 건 섬망이라 하고 저는 공교롭게도(혹은 충격 때문에) 암진단과 동시에 천천히 진행되고 있던 치매가 급격하게 겉으로 드러난 거라고 생각하지만 어느 쪽이 맞는지는 크게 중요하진 않아요. 섬망은 신체 상태가 나아지면 회복될 수 있다지만 엄마의 경우에는 원인이 된 기력 저하를 나아지게 할 방법이 없어 보이거든요. 정말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암이 더 빠르네요. 훨씬.
엄마는 손주인 제 아들은 기억하는데, 보호자 침상에 있는 제가 누구인진 모르시네요. 그치만 별로 중요하진 않아요. 그냥 아주 친절한 어떤 사람으로 계속 당신 곁에서 마지막까지 함께할게요. 당신 고통을 조금은 더는 일을 내가 할게요.
근데 엄마가 가끔씩 먼 곳을 보며 슬픈 표정을 하고 있을 때가 있는데 혹시 딸인 나를 보고싶어 하고 있는 건 아닌지 하는 생각도 들어요. 이렇게 낯선 곳에서 힘들게 주사 맞고 약 먹으며 아픔을 견디고 있는데 딸을 볼 수가 없네 슬프네 하고 생각하고 있으면 어떡하지요. 엄마 그 딸 여기 있는데. 나 여깄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