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기도
마종기
하느님, 추워하며 살게 하소서.
이불이 얇은 자의 시린 마음을
잊지 않게 하시고
돌아갈 수 있는 몇 평의 방을
고마워하게 하소서.
겨울에 살게 하소서.
여름의 열기 후에 낙엽으로 날리는
한정 없는 미련을 잠재우시고
쌓인 눈 속에 편히 잠들 수 있는
당신의 긴 뜻을 알게 하소서.
저는 늘 사진기를 가지고 다니는데 요즘 세상이 하 수상하니 사진 찍을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그래도 겨울 풍경을 남겨보고자 오늘은 오랜만에 서울숲에 다녀왔습니다. ‘할머니의 레시피’라는 식당에서 숨뼈국과 쌈정식으로 배를 채우고 춥다 춥다 보채는 아내는 서울숲 입구 센터 커피에 뫼셔두고 홀로 서울숲을 휘휘 한 바퀴 돌았습니다.
홀로 떠나는 여행을 일컬어 ‘외로움은 한 되 자유는 한 섬’이라고 누군가 멋지게 표현하였는데 짧은 시간이었지만 저 역시 한 섬이나 되는 자유를 만끽하였습니다. 그나저나 몇 겹을 껴입어도 사람은 추위를 이기기 쉽지 않은데 벌거벗은 나무들은 이 추위를 어찌 견디나 안쓰러운 마음이 들다가도 그네들의 봄여름과 가을의 모습을 떠올리면 마음이 놓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같은 장소에서 찍은 다른 계절의 사진들을 모아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사진을 비교하여 보시면 벌거벗은 나무들을 보면서 그나마 제가 마음이 놓였던 이유를 아시게 될 겁니다.
제가 좋아하는 계절은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봄과 가을입니다만 현재 인생의 사계절 중 가을에 머물고 있고 이제 얼마 지나지 않아 겨울을 맞게 되는 입장이라 슬며시 겨울이 좋아지기 시작했습니다. 겨울나무의 솔직 담백함과 겸손한 태도 그럼에도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숭고함 때문입니다. 부디 바라기는 인생의 가을을 풍요롭고 슬기롭게 잘 보내기를 그리고 마지막 계절인 겨울을 맞게 되면 겨울나무처럼 한치의 주저함 없이 모든 것을 다 떨구게 하옵소서. 그래서 한정 없는 미련을 잠재우고 쌓인 눈 속과 같은 당신의 품 안에 편히 잠들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