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비오는 날 덕수궁 - 정헌재시인의 비가 내리면

미카엘2015ㅣ설본
2025.07.21 16:09 | 조회 115

비가 내리면

정헌재

비가 내리면

비 냄새가 좋고

그 비에 젖은

흙 냄새가 좋고

비를 품은

바람 냄새가 좋고

생각나는

사람이

있어서 좋고

비 오는 토요일 생각나는 사람 대신 생각나는 꽃이 있어 오랜만에 덕수궁을 찾았습니다. 매년 이맘때면 석조전 앞 배롱나무에서 마치 불이 난 듯 붉은 꽃 수천 송이가 눈이 부시게 폈기 때문입니다. 아 그런데 백일을 간다는 배롱나무꽃 한 송이를 보지 못했습니다. 일주일 내내 내린 장마 때문에 꽃이 다 떨어진 건가 싶어 너무 허탈했습니다. 그런데 만약 꽃이 떨어졌다면 나무 아래 피처럼 붉은색이 흥건해야 하는데 말짱합니다. 덕수궁 배롱나무 푯말에는 7월에 붉은 꽃을 피운다고 적혀있지만 식물도감에는 8월에 꽃을 피운다고도 하니 아직 꽃을 안 피웠나 싶기도 합니다. 8월에 한 번 더 방문을 해봐야겠습니다. 그나저나 하도 오랜만에 방문을 했더니만 시립 박물관 앞 ‘장밋빛 인생’ 조각이 수리를 마치고 제자리로 돌아와 있는 것도 몰랐네요 춘양이 이몽룡보듯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답니다.

요즘에는 날도 덥고 다른 일로 바빠서 통 사진을 찍지 못했는데 오랜만에 정동길과 덕수궁 한 바퀴 돌며 원도 한도 없이 사진을 찍었습니다. 고궁의 사진을 찍다보면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은 검이불루 화이불치 (儉而不陋 華而不侈)'라는 내 삶의 화두를 돌아보게 되어 새삼 기쁩니다.

여름 잘 보내시고 내내 행복하세요

Na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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