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세가지 암 투병 후 현재는 아무 치료없이 자연치유 비슷한 삶을 살지만
처음부터 적극적으로 병원치료를 했고 자연치유는 조심스럽게 결정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럼 왜 표준치료가 중요하고 자연치유가 조심스러운지 병원근무 경험과 투병 경험을 토대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첫째, 표준치료가 중요한 이유
저는 암은 불의 성질을 가진다고 봅니다. 가만 놔두면 겉잡을 수 없이 커지고 주위로 번집니다.
불이 나면 초반에 발화점을 중심으로 조기진압을 하고 나중에 잔불정리를 하듯이
암치료 또한 초반 치료로 암을 대부분 제거해야 그 후 완치를 노려볼 수 있다고 봅니다.
즉, 초반 치료에 집중해서 최선의 성과를 내느냐 아니냐에 따라 향후 암환자의 운명이 갈리는 것이지요.
초기치료로도 암이 조절이 안되거나 쉽게 재발하고 나면 그 다음 치료는 성공율이 더 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연치유를 원하시는 분들은 병원의 치료로 몸이 더 망가지고 스스로 회복할 기력마저 뺏긴다고 하십니다.
특히 가족 중에 암을 겪은 분이 있는 경우에는 그 과정을 오롯이 보아왔기에 더욱 그런 생각을 하시지요.
표준치료로 몸이 축나고 부작용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목숨이 걸린 일이니 어느 정도는 각오를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다행히 예전과 달리 요즘은 표적치료, 면역항암 등 부작용을 줄이고 효과는 높이는 치료가 시행되니 너무 피하려고만 하기보다는 주치의와 소통을 통해 최선의 치료를 받는 것이 도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세상에 자기 마음에 드는 완벽한 치료는 없습니다. 설령 종양내과 의사 본인이 암에 걸려 스스로 치료계획을 세운다해도 100% 만족이란 어려울 것입니다. 병원치료를 자기 맘대로 좌지우지할 수는 없지만 긍정의 마음가짐으로 잘 받아들여 치료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둘째로 자연치유가 조심스러운 이유
자연치유는 병원치료 없이 자신의 면역만으로 암을 이기는 것입니다. 앞서 말한 화재 비유를 들자면 잔불정리와 같은 것이지요. 말기암에서 살아남았다거나 자연치유로 회복했다는 이야기를 유튜브나 책으로 본 적도 있습니다. 그런 서사를 접하면 의료인인 저조차도 혹하게 되는 것이 환자의 심리입니다. 일단 그런 서사를 접하면 이성적으로 잘 살펴봐야 합니다. 제가 보니까 분명 말기암이 아닌데 자신이 말기였다는 사람도 있었고, 키트루다를 맞았으면서도 구충제 복용으로 폐암을 완치했다고 한 어느 미국인처럼 병원치료를 숨기고 특정 자연치유 요법만을 강조하는 유튜버도 있었습니다.
우리가 그런 이야기를 접하면 너무나 쉽게 자신에게 이입하는 오류를 범하게 됩니다. 확율적으로 암진단 후 일절 병원치료없이 완치하는 것은 수백명에 한 명 나올까 말까하는 이야기임을 냉정히 인식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연치유는 자신의 면역력과 생활습관 등의 섭생개선으로 암을 이겨내야 하므로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그래서 소세포암, 혈액암, 간암 등 진행이 빠른 암과 호르몬에 의해 암 성장이 촉진되는 암들은 자연치유의 과정이 암의 성장속도를 이겨낼 수 없다고 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연치유를 해보겠다 하신다면 암의 크기가 2cm 이하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표준치료 후에 이 정도 남아있거나 진단시 크기인데 이것은 이해를 돕기 위해 제가 임의로 정한 것이지 의학적인 근거에 기반한 것이 아님을 말씀드립니다.
60kg 성인의 백혈구 중 T세포, NK세포 같은 림프구는 과연 얼마나 될까요? 성인 혈액량은 체중의 약 8%이니 약 5리터, 백혈구 수는 혈액 1리터당 약 70억개, 림프구는 백혈구에서 약 30% 비중입니다. 그럼 림프구 수는 대략 100억개 정도 나오지요. 이 림프구들을 한데 모아서 둥글게 만들면 지름이 약 2센치 정도가 됩니다. 이 포도알 크기의 림프구가 한곳이 아닌 전신에 흩어져 있는데 암은 한자리에 있습니다. 1:1로 싸운다 가정해도 최소한 림프구가 암보다는 많아야 한다는 의미로 암 크기를 저렇게 말씀드린 것입니다. 보통 외부 감염이나 암세포를 탐지하면 림프구가 폭발적으로 생성됩니다. 그런데 항암을 한 암환자는 골수억제로 피 생성이 잘 안되고 있던 림프구조차 죽어나가서 증강제를 맞곤 합니다. 그러니 그렇게 자기 면역이 약해진 상황에서는 전신에 흩어진 림프구에 의지해서 한 곳의 암을 죽이기 힘듭니다. 자신의 림프구 숫자 외에도 앞글에서 말씀드린 심리적인 상태도 중요합니다. 암이 거의 안보이는 상태라해도 심리적인 요인으로 자율신경 실조가 생기면 말짱 도루묵이지요.
결론적으로 자연치유는 암의 크기가 아주 작고 자기 면역이 건강하며 심리적으로도 최상인 상태여야 시도할 수 있겠으나, 그렇게 시도해서 성공하는 사람이 수백명에 한명 나올까 말까이니 섣불리 실행하기 조심스럽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경험하였듯이 표준치료로 암을 거의 없애다시피 한 후에 건강과 면역이 정상으로 회복되면 자연스럽게 병원치료와 멀어지고 자연치유의 단계로 넘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제가 면역항암제를 완치의 게임체인저라고 생각하는 이유도 표준치료와 자연치유를 이어주는 중요한 다리이기 때문이고 자기 면역을 최대한 살리는 치료제이기 때문입니다. 아직은 초기 단계에서 많이 쓸 수 없는 조건이라 아쉽지만 차차 적용범위가 넓어져서 더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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