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사랑하는 연규에게..
당신이 없으니 집이 이렇게 조용한 곳이었는지 이제야 알겠어요.
늘 같은 집이었어요.
늘 보던 그릇도 그대로 있고,
식탁도 그대로 있고,
당신이 늘 앉아 있던 의자도 그대로 있어요.
그런데 이상해요.
모든 것이 그대로인데
아무것도 그대로인 것 같지 않아요.
당신 하나 없을 뿐인데 집 안의 공기까지 달라졌어요.
예전에는 아무 생각 없이 지나쳤던 것들이 이제는 하나하나 눈에 들어와요.
당신이 쓰던 물건,
당신이 앉아 있던 자리,
당신이 손을 뻗어 무언가를 꺼내던 모습까지…
그런데 이제는 아무리 바라봐도 당신이 없어요.
그때는 몰랐어요.
당신이 밥을 해주고 빨래를 하고. 집을 정리하고
아이들을 챙겨주는 것이 그저 당신이 해야 할 일인 줄 알았어요.
정말 미련했어요.
당신은 그런 사람이 아니었어요.
당신은 우리 집을 지키던 사람이었고,
우리 가족의 하루를 지켜주던 사람이었고,
내가 힘들 때 아무 말 없이 내가 무너지지 않도록 붙잡아주던 사람이었어요.
나는 내가 가족을 지키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내가 가장이니까, 내가 돈을 벌고 있으니까, 내가 책임지고 살아가고 있으니까
내가 이 가정을 지키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당신이 떠나고 나서야 알았어요.
내가 지킨 줄 알았던 그 가정은 사실 당신이 지키고 있었어요.
당신이 있어서 집에 온기가 있었고,
당신이 있어서 아이들이 웃었고,
당신이 있어서 내가 편히 하루를 살아갈 수 있었어요.
나는 밖에서 하루를 살아내고 돌아왔지만
당신은 집 안에서 우리 가족의 하루를 살아내고 있었던 거예요.
그걸 나는 너무 늦게 알았어요.
당신이 있을 때는 당신이 늘 그 자리에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내가 힘들면 당신에게 이야기하면 되고,
배가 고프면 집에 가면 되고,
아이들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같이 의논하면 되고…
그런 평범한 날들이 영원히 계속될 줄 알았어요.
그런데 아니었네요.
평범했던 그 하루하루가 사실은 내 인생에서 가장 귀한 날들이었어요.
당신과 함께 밥을 먹었던 시간도,
별것 아닌 이야기를 나누던 순간도,
당신이 “밥 먹었어요?” 하고 물어보던 그 한마디도
이제는 다시 가질 수 없는 시간이 되어버렸어요.
그때는 왜 몰랐을까요.
왜 그 말이 그렇게 소중한 말인지
왜 당신의 목소리가 그렇게 귀한 것인지
왜 당신이 내 곁에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당신이 떠나고 나서야 알았어요.
사랑아
당신은 내 아내이기 전에
내가 가장 편하게 기댈 수 있었던 사람이었어요.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그냥 내 편이 되어주던 사람이었고,
내가 힘든 날에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내 마음을 알아주던 사람이었어요.
나는 그런 당신이 언제까지나 내 곁에 있을 줄 알았어요.
그게 가장 미안해요.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사실은 모두 사랑이었다는 걸
너무 늦게 알아버렸어요.
이제 집에 들어와도 “왔어요?” 하고 반겨주는 사람이 없고,
하루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고 싶어도
이야기할 사람이 없어요.
문득 무언가를 보면 “이거 당신이 좋아했는데…” 하고 생각하다가
그다음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요.
아…
이제 당신에게 보여줄 수 없구나.
이제 당신에게 물어볼 수도 없구나.
그 생각이 들면 참을 수 없이 허전해져요.
그리고 가끔은 정말 아무렇지도 않은 날처럼 지내다가도
당신 생각이 갑자기 밀려오면
그 자리에서 마음이 무너져요.
왜 이렇게 됐을까.
왜 당신이 없는 세상을 내가 살아가고 있을까.
아직도 믿기지 않을 때가 있어요.
잠시 어디 다녀온 사람처럼 문을 열고 들어오면
당신이 거기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문을 열어도 당신은 없고,
내가 아무리 기다려도 당신은 돌아오지 않네요.
마치 버스는 이미 떠났는데
나는 아직도 그 정류장에 서 있는 것 같아요.
조금만 더 일찍 달려갔더라면,
조금만 더 일찍 손을 내밀었더라면
당신을 붙잡을 수 있었을까…
그런 생각을 아무리 해봐도 시간은 돌아오지 않네요.
그래서 더 아파요.
너무 늦었으니까요.
당신에게 잘해주고 싶었던 마음도,
고맙다고 말하고 싶었던 마음도,
사랑한다고 더 많이 말해주고 싶었던 마음도
이제는 모두 내 가슴속에만 남아 있으니까요.
사랑아
미안해.
정말 미안해.
당신이 살아 있을 때
더 많이 안아줄 걸 그랬어요.
더 많이 웃게 해줄 걸 그랬고,
당신이 힘들 때
“괜찮아?” 한마디라도 더 물어볼 걸 그랬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당신이 내 곁에 있다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지 말았어야 했어요.
이제야 알겠어요.
사랑하는 사람은
언젠가 떠날 수도 있는 사람이 아니라
오늘 내 곁에 있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었다는 것을요.
당신이 있을 때의 우리 집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행복했어요.
나는 그 행복 속에 살면서도
행복한 줄 몰랐어요.
당신이 있어서 너무 편안했고,
당신이 있어서 너무 익숙했고,
당신이 있어서 내일도 당연히 올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당신이 없는 하루를 살아보니
그때의 모든 평범함이
사실은 내가 평생 다시 가질 수 없는
가장 특별한 행복이었다는 걸 알겠어요.
연규야.
당신은 떠났지만
당신이 우리 가족에게 남겨놓은 사랑은
아직 이 집 곳곳에 남아 있어요.
당신이 앉아 있던 의자에도,
당신의 손길이 닿았던 식탁에도,
아이들과 함께했던 모든 순간에도
당신이 남아 있어요.
그리고 내 마음에도
당신이 그대로 남아 있어요.
나는 이제 그걸 안고 살아갈게요.
아이들과 잘 살아낼게요.
당신이 평생 지켜온 아이들,
당신이 그렇게 사랑했던 우리 가족
내가 끝까지 잘 지킬게요.
힘들어도 무너지지 않을게요.
당신이 없는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때로는 너무 버거워도
당신이 나에게 남겨준 사랑을 생각하면서
하루하루 살아낼게요.
그리고 언젠가…
정말 언젠가
우리 다시 만날 수 있는 날이 온다면
그때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을게요.
그냥 당신에게 달려가서
한참 동안 꼭 안아줄게요.
그리고 그동안 내 가슴속에 쌓아두었던 말을
그때 다 할게요.
“사랑아.
미안했어. 정말 고마웠어.
그리고…
내가 평생 사랑했던 사람은
처음부터 끝까지 당신이었어.
당신이 내 아내였던 것이
내 인생에서 가장 큰 행복이었어.”
그 말을 꼭 해주고 싶어요.
이번에는 늦지 않게요.
이번에는 당신 손을 놓지 않고
오래오래 잡고 있을게요.
사랑아.
당신이 없는 집은 너무 조용해요.
당신이 없는 하루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길고 외로워요.
그래도 나는 살아갈게요.
당신이 남겨준 두 아이와 함께 당신이 지켜온 이 가정을
내가 잘 지켜볼게요.
그리고 매일 당신을 생각할게요.
오늘도 보고 싶고,
내일도 보고 싶고,
아마 내가 살아 있는 동안 계속 보고 싶을 거예요.
사랑해요, 연규야.
당신이 떠난 뒤에야 내가 얼마나 큰 사랑을 받고 살았는지 알게 됐어요.
너무 늦게 알아버려서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
그리고
정말 많이 사랑해요.
사랑합니다,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당신은 내 삶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입니다.
Form : 그 시간이 소중함을 몰랐던 바보 남편이~
추억의 시간을 내 맘에 꼭 가득 안고 살아
지난 세월에 커져버린 그대가,
당신은 나의 꽃이 되어 짙어져 버린 오늘이,
그대에게, 고마워